
제목: 마티 슈프림
별점: ★★★★
장르: 드라마, 코미디, 스포츠, 모험, 범죄
감독: 조쉬 사프디
작년에는 영화관을 꽤 자주 방문했습니다만, 올해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이 방문하지는 않았습니다. 올해 극장에서 관람한 영화는 <누벨바그>, <프로젝트 헤일메리>, <백룸>, <디클로저스 데이> 정도가 있겠네요(재개봉은 제외했습니다). 오랜만에 극장에 방문해야 할 이유가 있는 영화를 본 것 같아 기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제가 개봉 첫 주에 바빠서 돌비 시네마에서 관람하지 못했다는 게 있겠네요. 돌비 시네마 관을 정말 좋아하긴 합니다만, 티켓값이 티켓값이기 때문에 사운드라든가 비주얼이 훌륭하지 않은 영화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마티 슈프림>에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올해 관람한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국내 개봉이 늦어진 거지 원 개봉일은 작년이니까... 제 기준으로 2025년 개봉작 중에선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함께 1,2위를 다툴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감독과 연출을 맡은 조쉬 사프디의 전작, 그 중에서도 사프디 형제의 <굿 타임>과 <언컷 잼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관람한 지 몇 년은 더 지났기 때문에 저도 가물가물해서 자세히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마티 슈프림>은 이 두 영화와 상당히 닮아있습니다. 한 방을 노리고 살아가는 주인공과 그에 따라주지 않고 망가지는 상황들이 영화를 이루고 있죠. 그리고 정확히 이런 부분이 사프디 형제의 특기인 몰아치는 연출과 맞물려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다만 전작들과는 명확하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주인공인 '마티 마우저'는 실제로 본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죠. 그런 점이 관객으로 하여금 '마티 마우저'를 단순한 실패자로 보게 하지 않습니다. 비록 인간쓰레기지만

"미국에서 무시받는 탁구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챔피언 자리에 처절하게 매달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일종의 성장 청춘 스포츠물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꿈을 이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마티 마우저'라는 인물은 전혀 숭고한 인물이 아닙니다.
경기에 출전하기 위한 비행기표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때로는 협박을 한다던가(원래 받아야 할 돈이긴 합니다만...), 여자를 꼬셔서 목걸이를 훔친다던가(심지어 유부녀를). 정말 비도덕적인 인간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와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면 발로 차버리고 쌍욕을 내뱉는 오만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인간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에 타협하고 후회하죠. 돈을 벌기 위해 사과하고 자신이 거절한 일을 해요.
그렇다고 해서 '마티 마우저'가 완전히 틀려먹은 인간이라는 건 아닙니다. 나쁜 일도 많이 저질렀지만, 그가 실제로 챔피언을 노릴만한 실력자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동시에 그의 삶은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불운과 우연이 계속해서 겹쳐집니다. 그래서 그의 행동을 옹호할 수는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죽 급하면 저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티 마우저'는 일종의 영웅이라기보다는 탐욕과 허영으로 가득 찬, 조금 막돼먹은 인간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점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마티 마우저'가 스크린 속 등장인물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인식하게 만듭니다. 정말 쓰레기 인간이지만 오히려 친근하달까요?
이런 모습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면서 관람하긴 했습니다. 근데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인생이 원래 바라는 대로 흐르지 않지만, 어떻게든 흘러가기 마련이잖아요. 스스로 엉망진창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위로가 되어주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러운 주인공의 행적들도... 뭐 우리도 저마다 숨기는 것들이 있지 않나요? 혼란스러운 삶을 사는 필자에게는 "다들 그러고 살아, 어떻게든 된다."라는 따뜻한 메시지로 다가왔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 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으로는 마지막을 꼽을 수 있겠네요.
영화 초반 '마티 마우저'는 돈을 벌기 위해 탁구를 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마지막에 목적을 위해 많은 걸 내려놓은 끝에, 마티는 자신이 원했던 것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자신의 탁구를 증명하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라켓을 집습니다. '마티 마우저'의 심경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영화 내내 쌓여온 긴장감이 한순간에 해소되며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정말 강렬했습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탁구 경기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경기장 배경은 극단적으로 어둡게 처리하고, 조명은 오직 탁구대와 선수들만을 비춥니다. 여기에 다소 과장된 카메라 워크와 탁구공이 튀는 소리,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면서 경기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데... 정말 숨도 못 쉬고 본 것 같네요. 물론 경기 장면뿐 아니라 강도 장면을 비롯한 여러 시퀀스에서도, 정신없는 카메라 워크와 음향이 긴장감을 몰아붙이며 2시간 29분 내내 쉬는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파멸적인 세계와 엉망진창인 서사 속에서 역설적으로 삶을 긍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연상되기도 했었네요. 앞서 이야기한 사운드 프로덕션과 숨 막히는 연출로 관객에게 몰아치는 긴장감이 인상적이라, 서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돌비 시네마 관에서 못 본 게 참 아쉽습니다.
사프디 형제 특유의 숨 막히는 연출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작품입니다. 특히 사운드 디자인이 뛰어난 만큼, <마티 슈프림>을 보실 예정이 있다면 되도록 빠르게, 극장에서 관람하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스크린 쿼터제라던가.. 모종의 이유로 금방 내려갈 것 같단 말이죠.
💡코멘트: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면서 작성하다보니 많은 부분이 빠졌습니다. 여자친구와의 갈등이 각자의 이기적인 모습, 일종의 싸이코패스같은 면모를 잘 담아내고 있는데 말이죠. 더불어 일본 탁구 챔피언의 이야기 등으로 인종과 세계대전의 갈등같은 이야기도 담고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결말부를 얘기해버려서 실패했다 싶은 지점도 있네요. 글을 더 쓰다보면 나아지겠죠.
그리고 이 영화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어쩔 수가 없다>를 재밌게 보셨다면 취향에 맞을 겁니다.
✅ Editor: Technoir
📅 2026년 07월 1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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